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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네 세계여행
조호바루 한달살기 DAY2, 키디코브(KIDDIE COVE) 어린이집 본문
조호바루 한 달 살기 둘째 날
오늘은 미리 예약해 둔 어린이집 체험수업 가는 날이다. 에코네스트 근처의 체리하트, 얀 프리스쿨만 생각하다가 어떤 블로거의 키디코브 프리스쿨 후기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원어민 교사는 없었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이슬람계 여선생님들이 계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원장선생님께서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어, 아이들 대부분이 적응을 잘한다고 했다. 왓츠앱 번호를 받아 상담문의드렸는데, 답변이 바로바로 오는 것이 일단 좋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안심하고 체험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화창한 날씨의 조호바루. 7층 커뮤니티 층은 산책하기에도 너무 좋다. 미리 준비해 온 책가방을 메고 상담수업 가는 길. 미리 잘 설명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이야기해 뒀지만, 으니는 별로 내켜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변화를 싫어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녀석인데, 타지에 와서 첫날부터 유치원 등원이라니. 그것도 한국인 친구, 한국인 선생님이 없는 낯선 곳이라니. 걱정이 될 법도 하다. 마음이 아프게도 이럴 때 떼쓰거나 울지 않고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인다. 너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너에게 힘든 짐을 지어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구나.
키디코브 어린이집 체험수업
키디코브에 대해 고려할 때 유일하게 단점으로 꼽는 것이 도보로 가능한 지역에 있지 않다는 것인데, 렌터카를 전 일정 예약한 우리에게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고, 마침 우리 숙소에서도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차 타고 3분 거리인 이곳. 도착하니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창문에서 지켜볼 경우 더 적응하기 힘들어하니 빨리 사라지는 게 도움이 되었지만 그래도 오고 가며 아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전 2시간 정도 점심 먹기 전까지 체험 수업을 해보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함께한 가족이 있었기에 으니도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들어간다.
조호바루 현지맛집
이른 시간,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처음 어린이집 등원시킨 날 혼자 근처 카페에서 먹었던 코가 아닌 입으로 마시던 커피맛을 잊을 수 없었던 것처럼 이 날도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키디코브 근처에 있는 NENDA PLATES에 들어갔다.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파는 곳이었다. 조화였지만 식물이 가득한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고, 다양한 현지메뉴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커피는 없었지만 첫 현지식을 도전해볼까 하고 메뉴판을 외울 듯이 지켜보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커피 마시자!" 여긴 커피가 없는데.. 잘 모를 때는 스벅이다. 그럼 근처 스타벅스에서 만나!
메디니몰 스타벅스
숙소 근처에 있는 메디니몰로 향했다. 신도시 근처에는 스타벅스 지점이 5~6개 정도 있는데, 메디니몰 스타벅스는 사실상 주차도 불편하고 홀도 넓은 편은 아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첫 스타벅스는 메디니몰로 당첨! 근처 메디니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스타벅스에서 언니가족을 만났다. 잘 적응하고 있을지 아이들 걱정도 되지만 왜인지 설레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조호바루에 넘쳐나던 패션후르츠 음료를 시키고, 당이 필요했던 언니는 캐러멜 마끼야토를 시켰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커피는 매우 진하다. 우리나라보다 카페인 제한 기준치가 높아서인지 어딜가나 카페인이 고함량이다. 여행 중 피곤하고 힘들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었지만, 잠을 못 이룰만큼 커피가 강해 힘들때도 있었다. 그래도 맛있다. 가격도 국내보다는 7~80%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가끔 나의 사랑 돌체라떼가 먹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처럼 단 음료가 다양하지 않아 카라멜 마키아토로 대신하곤 했다. 그렇게 우리의 자유시간 2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키디코브 어린이집 내부
아이들이 하원하고, 빈 교실을 둘러볼 수 있었다. 1층은 주로 단체수업을 할 때 이용하는 공간이었는데, 원룸의 형태에 구역별로 나뉘어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작은 보드와 함께 파닉스 공부하는 공간, 미술놀이 하는 책상, 자유놀이할 수 있는 장난감존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유리창이라 채광이 좋아서 그런지 밝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하원한 직후임에도 깔끔하게 잘 정돈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들은 교실 여기저기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파닉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듯했다.
키디코브 어린이집 내부 2
1층에 있는 세면대와 화장실도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넓지는 않았지만 좌변기가 설치되어 있고 청소상태도 양호하였다. 국민 주방놀이인 이케아 주방놀이가 여기에도 있구나. 반별 수업과 오후 요리, 만들기 등 체험수업은 2층에서 진행되는데 2층은 지금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전 후기를 보면 덜 알려져서 한국인이 없고, 소규모라서 좋다는 평이 많았지만 우리가 간 7월에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한 블로거가 쏘아 올린 공이 시작이었을까. 1세부터 7세까지 키디코브를 보내려는 한국인들이 매우 많았고, 미리 예약하지 못하고 온 아이들은 자리가 없어 입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키디코브 어린이집 후기
상담할 때는 연령은 2년 정도만 섞이게 하고, 한국인의 비율도 1~2명 정도로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운영을 하다 보니 한국인의 비중이 많아졌던 것 같다. 원장님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듯 정신이 없어 보였고, 으니도 영어를 쓸 일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유치원이 아니다 보니, 보육위주의 간단한 활동이 많아, 보낼수록 어학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도 많이 있었다. 매일 키즈노트처럼 보내주는 왓츠앱 사진들을 보면 1~10까지의 간단한 수세기 활동이나 아주 기초적인 파닉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서는 강한 훈육이 바탕이 된다고 한다. 사랑으로 안아주실 때가 많지만 장난치거나 옳지 않은 활동을 할 때는 원장선생님께서 강한 훈육을 하시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으니도 하원할 때 "원장님은 무섭지만 좋아."라는 말을 종종 해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이 부분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원장님이 훈육을 맡으시고 다른 선생님들은 대부분 천사같이 사랑만 주셨다. 보육 부분에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동양계 아이들이 많아 식사는 대부분 치킨 덮밥, 김자반 등으로 가벼운 반찬이긴 했지만 꼭 쌀밥을 주셨다. 부족한 부분은 팬케이크나, 빵이 나오는 간식 시간이 있어 채워질 수 있었다. 아침도 가볍게, 점심도 가볍게 먹었으니 3시쯤 하원할 때에는 꼭 주먹밥을 만들어갔다. 식사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키디코브 어린이집 비용
왼쪽은 키디코브 어린이집의 비용이고, 오른쪽은 키디코브 어린이집의 시간표이다. 조금 이른 8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데 매일 밤 12시까지 활동한 으니는 9시에서 10시 사이에 등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전에 자유놀이 시간이 지나면 파닉스를 2시간 하고 간식을 먹는다. 그 뒤에는 요리를 하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날그날 일정이 달랐다.
키디코브 원비는 현지 어린이집, 유치원에 비해서는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1주 단위로 등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학금 200링깃에 1일 150링깃, 1주 700링깃, 1개월은 1650링깃이다. 점심값은 1개월에 150링깃으로 되어있다. 우리는 일정상 3주 정도 등록해야 했는데, 주 단위로 하면 1달의 비용이 훌쩍 넘어간다. 그래서 1개월로 등록해 두고 실제는 3주 정도 등원하기로 했다. 등록을 하면 예쁜 주황색 가방과 초록색 티셔츠를 준다. 현지에서 원복을 입고 아이들과 어울려 어린이집 생활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핑크 공주 으니는 초록색 티셔츠를 결국 입어주지 않았다.
어린이집, 유치원, 어학원
첫 한 달 살기이기에 으니도 우리도 모두 적응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5세는 어린것 같아 국제유치원의 썸머캠프나 어학원에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유를 다니고 있는 으니에게는 일반 어린이집, 유치원의 학습 수준은 매우 낮아 학습적인 효과는 조금도 없었다는 점, 체계적인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활동을 하느라 오히려 더 잘 적응했을 거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한 달 살기는 으니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돌아와서 영유에 다시 적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영어를 듣는 부분에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또한 시냅스가 정리되는 시기에 어린 시절을 많이 잊어버리고 있는 으니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조호바루를 떠날 때, "우리 조호바루 또 올까? 다음엔 캠프하러 올까?"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녀석은 내 머리 꼭대기에 있는지 잘 걸려들지 않는다. "응! 조호바루 오는 건 좋아! 그런데 캠프는 안 갈 거야!" 학업에 대한 걱정 없이 우리가 이렇게 여행할 날이 얼마나 남아있겠어. 더 열심히 힘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놀자. 이제 다 같이 한 달 살기 장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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